나는 하이틴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이다.
스킨스, 리버데일, 오티스의 상담소, 인비트위너스, 가십걸 등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해외 10대들의 이야기는 30보다 40살이 가까운 지금 나이에도 여전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방황하는 아이들, 그들이 말하는 사랑, 내 10대 때는 꿈꿀 수도 없는 사건, 사고 그리고 일탈 이 모든 것이 꾸준히 소비될 수 있는 것은 어리다는 것 자체가 나 같은 어른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라는 반증은 아닐까.
스캄 프랑스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0.001정도만 알아듣는 불어의 10대물 시리즈, 물론 영미권 드라마 위주로 보던 내게 어느 순간부터 넷플릭스가 다른 나라의 것들을 소개해줬다. 엘리트들, 루팽, 종이의 집, 에밀리 파리에 가다,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등 재밌게 보았지만 프렌치 10대 물은 왠지 보고 싶지 않았다. 별로 다른 이야기가 아닐 텐데 영어도 아니니 볼 이유가 없었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머뭇거리다 첫 편을 시청했고, 이틀 만에 시즌 4까지 다 보았다.
무엇이 나를 이토록 집중해서 보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자극적이로는 스킨스와 오티스보다 훨씬 순한 맛이고, 리버데일과, 엘리트들과 같은 사건도 없지만, 순간순간을 집중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시즌을 이제까지 본 어떤 10 대물보다 잘 이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인 스토리를 진행하면서도 순차적으로 각각의 캐릭터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우선 제일 중요한 건 주인공 모두 평범한 캐릭터라는 거다. 어느 10대물에나 나오는 얼짱, 금수저, 극빈곤층 등은 없다. 그들은 또래 중에서 평범한 아이들이고, 여느 아이들처럼 잘 나가고 싶은 친구들이다.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내 십 대 시절에 주변에 있던 그런 친구들 이야기,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그런 소소한 이야기들이다. 오히려 그런 평범함 혹은 밋밋함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것들이 그 어느 하이틴 시리즈보다 더 몰입하게 만든 것 같다. 이전의 드라마는 이건 누가 봐도 드라마 같은 이야기였다면, 스캄 프랑스는 뭔가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로 10대 시절의 간접 체험을 선사해주었다.
'Reviews > Netflix'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넷플릭스가 바꾼 TV시장 (0) | 2021.12.09 |
---|---|
리얼리티 쇼라면 이런 설정과 캐릭터를 '투 핫 투 핸들' (0) | 2021.09.26 |
스페인판 가십걸 = '엘리트들' (feat. 리버데일) (0) | 2021.09.24 |
소셜 딜레마를 보았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을 지웠다. (0) | 2021.05.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