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짐머맨(인터뷰어) :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에 숨어 있는 유머들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 놀랍던데요?
쿠엔틴 타란티노 : 깐느에 갔을 때를 돌이켜 보면, 프랑스 기자들은 유머를 이해하는 것 같은데 미국 기자들은 유머보다는 폭력성에만 집중하더라고요. 저수지의 개들 예고편(제가 매우 좋아하는)을 보면 잔인한 부분만큼이나 유머가 강조되어 있는데 말이죠.. 그리고 당신도 알다시피 영화에서도 이러한 것들이 충분히 표현되어 있어요. 이 영화가 폭력적인 동시에 코미디적인 부분이 있다는 느낌이 있죠. New York Magazine을 보면 10월에 개봉할 영화들의 리스트를 실었는데 '저수지의 개들'은 블랙 코미디로 분류되어있는데 마음에 들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재밌는 영화라고 생각하거든요. 개봉 후 지켜본 결과, 사람들이 웃어야 하는 영화라는 걸 모르고 있더라고요.. 그게 문제있은 것 같아요
* 저수지의 개들은 2012년 1월 선댄스에서 선 개봉되었고, 10월이 되어서야 미국에서 개봉되었다.
저는 비디오로 다른 작가와 같이 봤는데, 중간에 여러 번 정지해야 됐어요. 당신을 언짢게 하려고 하는 소리는 아닌데, 진짜 엄청나게 웃느라 그랬어요..
아 다행이네요, 하하 저는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사실 관람객들에게 웃음을 주는 걸 좋아하거든요. 계속 웃고 웃게 하다가 갑자기 붐!(주먹으로 손바닥을 치며)하고 당황시키는 거예요. 그러면 갑자기 조금 공황상태에 빠지게 될 테고, 그러고 나서 다시 웃음 포인트를 주는 거예요. 영화에서 가장 재밌는 장면을 뽑는다면 미스터 핑크가 "나는 미스터 핑크 하기 싫어"라고 말하는 부분일 텐데, 사실 그 장면은 고문하는 씬 바로 다음이거든요. 그런 잔인한 장면들 조금 뒤에 다시금 웃을 수 있는 장면이 나오는 건 멋지다고 생각해요. 저는 정말 그런 걸 좋아하거든요. (웃음)
이 영화에서 보면 반전이 있잖아요?(누가 잠복수사 중인 경찰인지), 혹시 누가 영화 리뷰 쓰면서 스포일러 한 적은 없었나요?
아 아직은 없었어요.. 사실 이번에도 경찰이 배신자라는(? ㅋㅋㅋㅋ) 언급하지 안 해주시면 정말 고맙겠네요.
그럼요. 사실 아직 아무것도 쓰지 않았는데,, Tim Roth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었어요. 그냥 바닥에 피 흘리고 있는 사람 정도로 써야 되나 싶네요.
그렇게 해주시면 좋죠. 정말.. 스포일러는 안돼요. 이제까지 굉장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기는 해요. 하지만 곧 미국 언론사들의 리뷰들이 쏟아질 테고, 그러면 사방에서 맹공격이 들어올 텐데 큰 문제없었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다들,, 반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지켜주셨어요. 심지어 리뷰에서도 극 중 코드를 써주시더라고요. (미스터 화이트, 블론드, 핑크 등)
그런데 한편으로는 애초에 반전이 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반전을 망치는 것 같기도 해요. 보통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반전을 기다리면서 보게 되잖아요?
그 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예요. 제 생각에는 배신자가 있다 정도만 공개하는 게 좋겠어요. 아니다 그냥 아무것도 말 안 하시는 게 나을 거 같아요. 사실 극 중 인물들이 진짜 미친 듯이 날뛰는 것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그냥 피해 망상증이라고 볼 수도 있잖아요? 아무것도 모르고 보는 영화가 재밀 재밌지 않겠어요?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르는 한 치 앞도 예측이 불가한 그런 거 말이에요. 미스터 핑크가 들어와서 "우리 중에 첩자가 분명히 있다고 분명히!!!!"라고 말하고 바로 나이스 가이 에디가 들어와서는 "스파이는 없어!!!!"라고 말하면 바로 믿게 되는 장면처럼 말이에요. 그러면 진짜 스파이가 있는지 없는지는 나중에 돼서야 알 수 있게 되는 거죠.
하하 그 장면이 제가 이제까지 본 Penn(나이스 가이 에디, 배우 숀 펜의 형제다) 모습 중에 제일 좋았어요.
정말 대단한 배우예요. 배우를 고를 때 대장의 아들 역으로 떠오르는 유일한 배우였어요.
혹시 배역을 위해 몸무게를 찌운 건가요??
아니요, 사실 배역을 위해 몸무게를 줄였을 걸요? (빙긋이 웃으며)
음악을 들으면서 각본을 쓰시는 편인가요?
그럼요 당연하죠, 좋은 질문이네요. 저는 보통 어떻게 하냐면,, 브레이크 타임용으로 써요. 휴식시간에 주로 듣는데 영화에 영향을 줄 만한 음악을 엄청나게 들어요. 락앤롤이라든가 뭐든 간에요. 그러고 나서 글을 쭈욱 쓰다가, 잠시 산책하면서 음악 감상도 하고요. 음악에 정말 집중하면서 에너지를 쓰고 다시 또 앉아서 글을 쓰는 식으로요.
(블론드가 경찰의 귀를 잘라내는, 악명 높은 씬에 흐르는) Stuck in the Middle With You라는 노래는 각본을 쓰실 때부터 염두에 두던 곡인가요??
그럼요. 사실 대본에 있어요. 그런데 앞으로는 절대 그렇게 안 하려고요. 왜냐면 음반사에서도 대본을 읽고 감독이 곡을 원한 다는 것을 알게 되잖아요. 사실 그 곡도 엄청 싼 가격에 사용 하긴 했는데, 대본에 없던 곡들은 더 싸게 사용했거든요. 대본에 쓰여있게 되면 당연히 우리가 그 곡을 사용하게 될 거라는 거 아니까 불리한 거 같아요. 그런데 사실 제가 영화를 만들고 싶었을 때, 제가 할 수 있는 건 모든 걸 글로 표현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대본에 거의 모든 것을 적어놨었죠. 확대에서 찍는 샷부터, 추격 전을 샷 별로 구분하고, 심지어 컷 하는 부분까지 모든 것들을 대본에 적어 놓았죠. "1인칭 시점에서 차량 전면 유리를 본다, 미스터 핑크는 화면에서 사라진다"처럼요. 그렇게 했던 이유는 그게 제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어요. 그러고 나서 사람들을 찾아가 "이거 보세요 이게 제가 만들 영화예요. 다른 거 말고 이걸 만들 거예요" 식으로 말할 수 있었으니까요.
16mm 필름으로 촬영했다면(아마 더 저예산으로 연출했다면 이라는 이야기인 것 같다), 어떤 역할을 연기하려고 했나요?
미스터 핑크를 연기하려고 했어요. 사실 저를 위해서 그 역할을 만든 거거든요.
[나중에 부세미(미스터 핑크 역할)를 인터뷰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오프닝 장면에서 연설하는 웨이트리스에게 팁 주는 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타란티노가 실제로 팁 문화에 대해 느끼는 바라고 하였다]
당신의 영화는 큐브릭 감독이 1956년도에 연출한 'The Killing'과 비교되던데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존 휴스턴의 범죄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1950년도 작인 'The Asphalt Jungle'의 영항을 많이 받은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맞아요. 'The Killing' 은 사실 'The Asphalt Jungle'을 다르게 표현한 것뿐이죠, 그런데 개인적으론 'The Killing'이 훨씬 좋았어요.
하지만 두 영화에 모두 출연한 Sterling Hayden 같은 경우는 'The Asphalt Jungle'에서 "네가 날 흥분시켜"라는 대사 할 때 멋있지 않았나요??
사실 두 영화 모두에서 훌륭했죠. 제가 좋아하는 부분은 'The Killing'에서 마리 윈저에서 "너의 이쁜 얼굴을 햄버거 고기에 넣어버릴 거야"라는 장면이에요. (꺅꺅대며 웃는다)
마돈나가 영화를 봤을까요? (이 영화는 갱스터들이 마돈나의 'Like a Virgin'을 모독하는 토론으로 시작된다)
제가 알기로는 마돈나도 이야기를 듣고 보고 싶어 했는데, 뉴욕 시사회 날까지 기다리게 했다고 들었어요. 마돈나가 보게 된다면 제가 극 중에서 말한 'Like a Virgin'의 해석을 부정하지 못할 거예요.(ㅋㅋㅋㅋㅋㅋ미친놈아)
[소문에 의하면 마돈나도 영화를 보고 즐거워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흐른 뒤 타란티노에게 최근 앨범인 Erotica 싸인 앨범을 선물했다고 한다. 그리고 추가고 그곳에는 "쿠엔틴, 사랑노래예요, 거시기 노래가 아니고"라고 적혀 있었다고...]
영화 중에 긴장감이 정말 엄청나서 끝나는 순간 관객들이 할 만한 부분도 있었는데요, 관객들 중에 (장면이 끝나서) 환호하는 분도 있었나요??!
몇 분 있더라고요. 재밌었어요.
제 생각에는 'The Deer Hunter'에 러시안룰렛 장면하고 견줄만한 거 같아요.
그건 말도 안 되는 과찬이에요. 제 생각에는 이제까지 나왔던 영화 중 가장 최고의 장면들 중 하나라 생각하거든요.
출연한 배우들이 말하기를 대본이 정말 뛰어나다고 하던데요? 그들이 최근에 읽었던 것들이 엉망이었다면서,, 혹시 상이라도 받게 되면, 그 엉망인 대본들에게 고마워하셔야 될 것 같은데요??
최근 나오는 대본들에 문제점은 산업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쓰고 있다는 거예요. 게다가 심지어 본인들 스스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들을 작성하고 있는 것도 아니죠. 그들이 생각하는 영화는 이래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걸 쓰고 있는 것 같아요. 개개인의 'Romancing the Stone'을 쓰는 셈이죠.
* 로맨스 + 어드벤처 영화로 철저한 상업 영화를 말하는 듯
예전부터 있던 문장처럼, 본인이 진짜로 보고 싶은 걸 써야 되는데,, 그런 걸 느끼지 못하나 봐요. 그냥 다른 사람들이 이 정도면 사겠다 싶은걸 쓰는 기분이에요
맞아요!! 그들은 Syd Field가 작성한 영화 대본 책을 읽죠. 제가 그의 책을 살 때는 태우는 재미가 있어서일 뿐인데요. 스스로를 너무 억압하고 있는 것 같아요. 대본을 망칠 만한 제작사도 필요 없을 정도죠.
족쇄를 차고 시작하는 느낌인데요,,
정확해요, 저는 대본을 판매의 목적으로 쓰진 않고 제가 연출하기 위해서 작성하죠. 하지만 우선 대본을 읽는 사람들에게 통과받아야 하죠. 보통 그들이 제 작품들을 날려 버리지만요. 그리고 사실 드라마틱한 구성이 먹힐지 몰랐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이론이 있는데요, 만약 소설적인 구성으로 영화 대본을 쓴다면 매우 영화스럽긴 할 거예요. 이렇게 편집할 수도 있고,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고, 챕터마다 제목을 달 수도 있고요. 하지만 야한 장면들은 글로 쓰였을 때 훨씬 야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만약 사람들이 대본을 읽는다면 아무도 폭력성에 대해서는 이야기 안 할 거예요, 야한 장면만 기억하게 될 거니까요. 음란한 장면들이 대본에선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인종 차별을 이길 정도라니까요.
'Interviews > Directors and Creator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커 감독, 토드 필립스 인터뷰 (0) | 2020.12.27 |
---|---|
블랙미러 감독, 찰리 브루커 인터뷰 (0) | 2020.11.20 |
넷플릭스 에밀리 파리에 가다 감독, 대런 스타 인터뷰 (4) | 2020.10.30 |
넷플릭스 결혼 이야기 감독, 노아 바움백 인터뷰 (0) | 2020.10.15 |
넷플릭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작가, 로리 넌 인터뷰 (0) | 2020.09.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