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결혼 이야기 감독, 노아 바움백 인터뷰
영화를 보고 나니 굉장히 개인적 영화라고 느껴지는데,, 본인의 경험이 반영되었나요?
개인적인 영화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말할 수 없죠. 저도 어렸을 때 부모님 이혼을 경험했으니까요. 부모님의 이혼 과정에 대한 부분은 제 이전 영화인 '오징어와 고래'를 통해 조금 반영되었기도 했고요. 게다가 성인이 되어서 직접 이혼을 경험했다 보니 제가 이혼이라는 주제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네요.
이혼하는 과정을 다루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생각하면서 여러 가지를 메모하고 있었는데, 그때쯤 유독 많은 제 주변 친구들이 이혼 과정에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이야기를 좀 더 포괄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많은 분들을 취재했어요. 제 친구들은 물론이고, 친구의 친구들, 변호사, 판사, 중재인들까지요. 이혼에 관여된 모든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들을 듣고 싶었죠.
시나리오를 써나가면서 의문이 생기면 다시 찾아가선 묻고 했어요. 변호사를 찾아가서 "만약에 이런 일이 있다면, 어떻게 말씀하시겠어요?" 이런 식으로요. 이혼이라는 게 정말 힘든 과정이더라고요.
조사하시면서 놀랐던 부분도 있을까요?
이혼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주된 공통점이라면,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는 것이었어요. 아마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상상하기도 어려울 것이라 생각해요. 앨런 알다가 이런 어려움을 극 중에서 "살았지만 죽어있는 것 같다."(being a death without a body)고 표현하기도 했죠.
인생을 살다 보면 (가족이나 굉장히 친한 사람의 죽음을 제외하고) 상실감이 너무 커서 이후의 삶이 많이 바뀌게 되는 일들이 있잖아요. 그러면 유사한 경험을 한 사람들을 찾아가서 위로받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곤 하잖아요.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정확히 전달하기가 어려우니까요. 굳이 표현해보자면 지금 서있는 밑에 깔린 카펫을 누가 강제로 빼는 느낌인 것 같아요.
재밌었던 게, 그들의 이혼 이야기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들의 느낀 것들을 듣다 보면 설명할 순 없지만 조금씩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었죠.
주인공 둘 다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려고 노력하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그런 순간들이 오게 되잖아요.
커플들이 이별하게 되면 항상 겪는 일이긴 한데, 이혼의 특별한 점이라면 우리나라(미국)의 법적 절차인 것 같아요.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시작하더라도, 이혼 시작 때 가졌던 감정들을 끝까지 가지고 가기 어렵게 만들거든요.
사실 이혼 소송을 보면 누가 영웅이고 누가 악당인지 말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시스템이 제일 큰 문제예요. 변호사들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에요, 악당은 더더욱 아니고요. 그들은 단지 제도 속에 존재하는 상품들이고,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을 뿐이죠. 시스템에 맞추어 전략을 짤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죠. 우리나라의 이혼 시스템을 생각하면 그들은 꼭 필요한 존재예요.
아담 드라이버나 스칼렛 요한슨이 맡은 캐릭터의 입장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만들기 위해 많이 노력하셨을 거 같은데요.
두 캐릭터의 모습을 똑같이, 공평하게 보여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기획단계부터 만들고자 했던 영화가 바로 그런 거였거든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죠. 사실 개인적으로는 양쪽 모두를 이해하기 어렵진 않았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 쓸 때 아담 드라이버랑, 스칼렛 요한슨, 로라 던을 먼저 찾아갔던 게 엄청 많이 도움되었던 것 같아요. 특히 로라하고 스칼렛 같은 경우는 한 번도 같이 일한 적 없었거든요. 물론 아예 모르는 사이는 아녔긴 했지만요. 어쨌든 찾아가서 영화에서 주인공들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죠. 그때 당시에는 그들을 잘 몰랐음에도, 그들이 해준 이야기들은 각본을 쓰는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글을 쓰는 내내 찰리와 니콜(극 중 이름) 뿐 아니라 아담과 스칼렛을 떠올리며 써내려 갔죠.
출연진이 굉장히 화려하잖아요, 모두 모여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건 설레는 일이었 것 같은데요.
맞아요. 그들이 한 장면 한 장면을 만드는 모습들은 굉장했어요. 그러고 보니 어떤 장면이었는지까진 잘 모르겠지만, 촬영 첫째 주에 아담이 했던 말이 생각나는데요. 아마 레이 리오타(극 중 찰리 변호사)랑 촬영했던 장면 같은데,, 말하기를 "이거 첫 번째 주에 촬영하기 너무 중요한 씬 아닌가요?"라고 말하더니 얼마 안 되어서는 "다음 촬영 스케줄들 보니,, 다 중요한 장면들이네요. 그냥 찍어야겠네요."말하더군요. 저도 모든 장면들이 중요하다 느꼈고 촬영하는 하루하루가 정말 즐거웠어요.
캐릭터들의 감정의 변화를 담아내면서도, 유머를 적재적소에 배치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예를 들면 메릿 웨버랑 줄리 해거티가 이혼 서류를 가지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처럼요.
아마 제가 연출한 대부분의 영화가 그런 식이에요. 그런 조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혼이라는 주제, 그리고 그 과정을 자세히 보면 보면 여러 가지 숨겨진 장르를 연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를 들면 말씀하신 메릿이랑 줄리가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장면을 보면 스크루볼 코미디(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는 영화 장르) 같죠. 그리고 이혼 서류 봉투 장면을 보면 희극 같기도 하면서 스릴러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서류 봉투는 책상 밑에 숨겨진 폭탄과도 같죠. 관객들은 언제 발견되느냐, 터지느냐를 기다리게 되고요. 이런 다양한 요소들이 이혼 과정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법률 제도라는 게 듣기만 해도 긴장되기도 하고, 절차들을 생각하면 시작부터 지치잖아요. 아무도 그렇게 표현하지 않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극장에서 하는 극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슬픈 순간들을 음악으로 표현하거나, 장면들을 영화 속 TV 쇼 느낌으로 표현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죠. 그런 의미로 보면 변호사들은 연기자라 볼 수도 있고요. 그들은 그곳에서 사건을 만들고 고객들에게 파는 셈인 것이죠. 서바이버 같은 리얼리티 쇼 느낌도 있고요. 깊이 파고들면 들수록, 이런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덕분에 극 중 톤을 유지하면서도, 한 작품에서 여러 장르를 넘나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이 좀 나오더라고요. 어떻게 나온 아이디어인가요? 앞으로도 음악을 쓴다면 손드하임 곡만 쓰시는 거 아니죠?!!
노래도, 춤도 손드하임의 뮤지컬 '컴퍼니'에 나왔던 곡이에요. 몇 년 전에 아담이 지나가면서"언젠가는 컴퍼니가 영화로도 나오겠죠? 어떤 영화가 될까요?"라고 물었던 적 있어요. 그래서 그 아이디어를 살짝 전환해서 적용해봤죠. 시나리오를 쓰는 내내 컴퍼니 OST를 엄청 듣고 있었거든요. 듣는 내내 왠지 아담이 "Being Alive"를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아담이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할지 고민했죠. 결국 스칼렛, 그리고 그의 가족들 장면에서 노래를 연결시키면서 그들의 함께했던 시간이 짧지 않았음을 보여 줘야겠다 싶었죠.
우리가 뮤지컬 영화가 아니기에 사전에 준비된 건 없었지만, 그들의 감정을 노래를 통해 묘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게다가 주인공들이 극단에서 일하는 설정이니 노래하는 것쯤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어떻게든 스스로를 표현하는 법이니까요. 찰리와 니콜에게는 그 어느 때 보다 진실된 순간이었을 거예요.
감독님 혹시 이러다가 제대로 된 뮤지컬 영화 찍는 거 아닌가요?
저 사실 뮤지컬 엄청 좋아해서,, 가능성이 아예 없을 것 같진 않은데, 계획하고 있진 않아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