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브리저튼 다프네, 피비 디네버 인터뷰
* 원문 출처 : https://www.harpersbazaar.com/culture/film-tv/a35099736/bridgerton-phoebe-dynevor-interview/
다프네를 연기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셨을 것 같은데, 원작(브리저튼 책)을 많이 참고하셨나요? 아니면 다른 시대물들을 참고하셨나요?
시대물 드라마를 꽤 연기해봤는데 항상 Regency Era(섭정 시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섭정 시대에 부유한 귀족들의 이야기를 연기하게 되어서 너무 좋았어요. 여러 방면에서 부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니 정말 흥미로웠죠. 물론 원작도 참고했어요. 역을 맡기 전에는 책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었는데 읽다 보니 왜 사람들이 이 책에 열광했는지 알겠더라고요.
물론 우리 드라마가 원작에 충실하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물론 평행선을 이루는 디테일들이 있긴 하지만 정확히 똑같지는 않죠. 다프네도 책의 캐릭터와는 많이 다른 편이기도 하고요. 제가 책으로부터 연기에 표현하고 싶었던 부분은 로맨스 부분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책의 인기가 그 때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젊은 연인들의 감정, 열기, 불꽃 튀는 스파크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어요. 제일 좋아했던 부분이었기도 했고, 꼭 이런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레지(사이먼 역)와의 연인 연기를 위한 준비과정은 어땠나요?
좋았어요. 6주 정도의 준비기간이 있어서 서로를 알아 갈 수 있는 시간이 꽤 있었던 편이죠. 연기 연습도 물론 많이 했고요. 개인적으로는 둘 사이의 케미를 가장 키워준 것은 춤 수업이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우리 둘 모두 안무가인 Jack Murphy와 안무실에서 엄청 많은 시간을 보냈거든요. 저와 레지, 잭 셋이서 재밌는 현대 뮤직에 맞춰 알맞게 춤을 추려고 노력했죠. 그러면서 서로 많이 친해지기도 하고 서로를 잘 이해했던 거 같아요. 그 덕에 극 중에서의 케미도 좋았다고 생각해요.
또 정사씬 전문가가 있었는데요. 첫 촬영 전에 저희끼리만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었던 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으로 므흣한 씬 촬영을 위해 촬영장에 들어갔을 때도 별로 당황하지 않고 편했던 것 같아요. 서로를 잘 알고 있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았죠. 훌륭한 전문가들과의 시간 덕인 것 같아요.
사실 그 므흣한 신이 엄청 대단했잖아요, 전문가가 있었다고 했는데 어떻게 그 정도 완성도의 장면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었나요?
처음 만났을 때 딱 침대 하나만 있는 방에서 만났어요. 그녀(전문가)는 많은 것들이 들어있는 가방을 가지고 왔죠. 요가 볼, 요가매트, 붙일 수 있는 것들, 한마디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걸 가져왔죠.
스턴트가 필요한 액션 촬영장이랑 비슷했다고 보시면 돼요. 진짜처럼 보이지만 다 가린 채로 연기하는 것이죠. 앵글들이 정말 절묘했다고 해야 하나... 과거에도 이런 씬들을 안 찍어본 건 아닌데 브리저튼 같은 경우는 없었어요. 모든 게 새로운 촬영 장비 덕이었는데,, 처음 보는 신문물이 다양한 각도에서 대단한 장면들을 만들어 주었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촬영장에서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정말 세밀하게 준비했거든요. 어떤 타이밍에 레지의 손이 정확히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고 있었죠. 다시 말하면 촬영장에서 감독님이 "이렇게 해볼까?" 같은 게 개입될 여지가 전혀 없었죠.
다프네 이야기를 좀 더 해보죠. 극 중에서 다프네는 굉장히 인기가 많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순진하고, 성 경험이 없는 캐릭터잖아요? 그녀의 엄마조차도 실제로 그 행위에 대해 설명을 못하기도 하죠.
다프네에 대단한 점이 거기서 있다고 생각해요. 많은 구혼자가 있지만 거절하는 모습을 보이죠. 천성적으로 잘 흔들리지 않고 사고도 유연하고 결단력도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섭정 시대의 여성의 삶이라는 측면에서 그 모든 것들이 희미하게 보이긴 하지만 말이에요. 말 그대로 남편을 찾는 거잖아요. 지금처럼 여성이 독립적인 시대에서 우리 시리즈를 본다면 사람들이 브리저튼의 모습을 보고 놀라는 건 당연한 일이죠.
만약 다프네가 요즘 시대에 태어났다면 분명히 본인의 사업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런 역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시대적 상황 때문에 느꼈을 압박감을 생각하며 연기하는 게 참 쉽지 않더라고요. 저는 다프네가 그런 시대 상황에 대한 고민 또한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를테면 현대 사회의 여성이 고민할 만한 상황들을 대입하려고 했죠. 대본에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저는 다프네를 그렇게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물론 그때와 지금은 전혀 다르지만 미디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항상 완벽해야 하는 여성들의 중압감 등을 연결해보려고 했죠.
좀 더 이야기해보고 싶은 주제로군요. 브리저튼의 시대상황과 현재와 비교했을 때 바뀌지 않은 점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엄청 많아요. 사회가 바뀌었다기 보다 기술이 바뀐 거라고 생각해요. 사회 자체는 많은 부분이 비슷하죠. 개인적으로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이를테면 레이디 휘슬 타운과 타블로이드지들이 어떻게 여성들을 다루는지를 생각해보세요. 두 매체 모두 한 껏 치켜세우다가 어느 순간에 갈가리 찢어버리죠. 어떤 잘못도 하지 않는 고결한 다이아몬드였다가 한 순간에 모두의 눈앞에서 천천히 추락하게 되죠. 그게 요즘에 너무 흔한 주제 아닌가요. 매일매일 접하는 소식 들이죠, 여성의 경우가 좀 더 많은 것 같기도 하고요. 제 동생이 저보다 9살이 어리거든요. 걔를 보면 완전 SNS와 함께 자란 세대죠. 근데 크게 다르지 않아요. 어린 친구들이 특정 모습으로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나 완벽해 보이는 모습으로만 보여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있는 것이죠. 이런 요소들이 브리저튼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사는 이유가 아닐까요.
다프네가 아무것도 모르는데도 아무도 첫날밤에 대한 이야기를 안해주는 걸 보면서 성관련 이야기나 신체적인 걸 표현하는 거를 터부시 하는 오늘날과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혹시 당신은 어땠나요?
맞아요. 브리저튼을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가 서사를 여성의 눈으로 풀어간다는 점이었어요. 그리고 많은 장면들은 이제까지 제가 익숙하게 본 것들과 반대로 표현되기도 했죠. 남자는 침대에 누워있고 여자가 옷을 벗기 시작한다던지요. 이런 반전이랄까 트위스트가 브리저튼에 많은 것 같아요. 사이먼이 복싱 링에 올라서 옷을 걷어올리고 근육 자랑하는 것을 구경하는 장면도 있잖아요. 그런 장면들 하나하나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재밌기도 하고요. 자꾸 동생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제가 동생의 나이 때와 지금은 정말 많이 달라요. 지금의 청소년들이 훨씬 많은 것들은 알고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17살 때 여성의 성을 다루면서 남성과 여성이 상품화 되지 않은 작품을 보았다면 굉장히 흥미롭게 여겼을 것 같아요. 그래서 브리저튼이 정말 맘에 들어요. 곳곳에 사랑 씬이 존재하지만 이는 단지 어린 여자아이의 성장과정과 그녀의 성을 탐구하는 이야기기 때문이죠. 모든 여자아이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이지만 이런 작품이 많지는 않으니까요.
브리저튼 하면 세트장과 의상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촬영장이 엄청 큰 규모로 제작되었다고 들었는데요, 그리고 입고 나온 옷들도 굉장히 예뻤고요. 혹시 가장 마음에 옷이 있으신가요?
너무 많죠. 제 드레스가 104개 정도였으니까, 정말 말도 안돼죠? 하나를 꼽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야 돼요. 매 장면마다 다른 드레스를 입었을 정도니까요.
8화 첫번째 장면에서, 다프네가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입은 다크 그린 하고, 벨벳 느낌 나는 드레스가 있었는데 진짜 잘 어울렸던 거 같아요. 게다가 그 드레스가 다프네가 하늘색, 분홍색, 파스텔 톤의 옷에서 벗어나 어른이 되었다는 걸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기도 했고요. 이제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독립된 주체가 된 걸 잘 표현했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그 드레스가 그런 의미를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그때 다프네가 한 걸음 성장했고 어른이 된 순간이라고 느껴졌어요.
시즌 2 제작 소식이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제작된다면 어떤 이야기가 다루어졌으면 좋겠나요? 브리저튼이 계속되면서 다뤘으면 하는 이야기들이 있으신가요?
그럼요 물론이죠. 만약 책의 흐름대로 간다면 이번에는 앤소니(극중 오빠, 조나단 베일리) 이야기가 주가 될 거예요. 그리고 사실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같은 건 존재하지 않지 않나요? 사랑이랑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누가 알겠어요. 저도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지 궁금하네요. 아! 그리고 다프네가 오빠의 연애사에 참견을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오빠도 다프네의 연애에 참견했던 것처럼요.
하하 좋네요, 무도회장에서 누가 그에게 어울리는지 이 사람 저 사람 평가하면 재밌겠는데요.
제 말이 그 말이에요. "쟤는 좀 아니지 않아?" 이런 식으로요